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을 예고한 가운데 지난 금리 인상기에 좋은 실적을 낸 가치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CNBC는 11일(현지시간)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2016년 금리 인상기에 좋은 실적을 낸 가치주 5개 종목을 소개했다. Fed는 2016년 12월 기준금리를 올린 후 2017년 세 차례, 2018년 네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2016년 12월 Fed가 금리를 올리기 전 3개월 동안의 다우 종목 주가를 분석한 결과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의 주가가 각각 42.8%, 27.4% 상승하면서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주는 금리 인상기에 대출 이익이 늘어 혜택을 받는 대표적인 가치주로 꼽힌다. 대형 은행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인 인베스코KBW뱅크(KBWB)는 올 들어 8% 올랐다.
실적 발표 시즌을 맞아 은행주가 주가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JP모간과 골드만삭스는 각각 14일, 18일에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모건스탠리도 19일에 4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은행 네 곳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전망이다.
그다음으로 산업재주의 주가 상승률이 높았다. 세계 1위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과 미국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는 이 기간 각각 주가가 21.7%, 19.7% 뛰었다. 산업재주는 경제 성장기에 주가가 오르는 경기 민감주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보다 높은 3.5%로 산업재주에 유리한 환경이다. 헬스케어업체 유나이티드헬스그룹도 같은 기간 주가가 19.9% 오르며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세일즈포스 암젠 나이키 비자 프록터앤드갬블(P&G)의 주가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업용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즈포스의 주가는 2% 하락했다. 올 들어서도 금리 인상 우려에 주가가 8% 가까이 급락했다. 지난 금리 인상기에 주가 하락률이 가장 컸던 기업은 암젠(-12.4%)이었으며 나이키(-5.5%) 비자(-3.3%) P&G(-2.1%)가 뒤를 이었다.
올 들어 ‘동학개미’는 80조968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30조7270억원)과 기관(44조2940억원)이 팔아치운 주식을 다 받아냈다. 코스피지수는 5개월여 만에 3060선으로 내려앉았지만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는 여전하다. 지난해 낙폭이 컸던 장에서 공포를 이기고 수익을 낸 경험 때문이다.
최근 주가 급락에도 순매수는 이어지고 있다. 향후 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미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반도체 투자심리 악화, 국내 기업 실적 피크아웃(고점 통과), 코로나19 확산 등 증시를 짓누르는 악재가 산더미인 만큼 소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저점 매수 기회라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추가 매수 적절치 않아”
단기적으로 지금은 증시 바닥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반기 코스피지수 예상 하단에 대한 의견을 낸 네 명 모두 2900~3000선을 제시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미국 일부 지역의 실업수당 지급이 종료되고,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미국 7월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1.1% 감소하는 등 시장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며 “한국의 수출 증가율도 하반기 들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추가 매수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안정환 BNK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외국인의 ‘셀코리아’도 문제지만 주가가 크게 오른 뒤 대형주 실적에 대한 피크아웃 우려 때문에 지수가 주춤하고 있다”며 “무조건 싸게 사는 게 능사는 아닌 시기”라고 말했다.
주식 비중은 줄이고 현금 비중을 높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각종 악재로 하반기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긴축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외국인 매도세도 잦아들지 않을 하반기 시장에 대해 자신이 없는 투자자는 기술적으로 주식 비중을 축소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안 CIO도 “주식 비중을 현재의 5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이 저점 매수 기회?
반면 지금이 적절한 매수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총괄본부장은 “지금부터 테이퍼링이 공식화되기 전까지가 저점 매수 기간”이라며 “테이퍼링 공식화 이후엔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반기 들어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증시 변동성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도 “주가는 많이 낮아진 반면 기업 실적은 양호한 상황”이라며 매수를 추천했다. 주식 비중을 줄이기에는 이미 늦었고, 실적이 좋은 기업 위주로 사들일 때라는 의미다.
장기 투자자라면 2~3년 뒤 좋은 가격에 매도해 수익을 낼 만한 싼 종목에 투자할 시기라는 주장도 있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상무는 “국내 기업 경쟁력이 굳건한 상황에서 거시경제 문제로 증시가 하락하는 건 보통 매수 기회인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박선영 스팍스운용 CIO도 “SK하이닉스의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2배에 불과하다”며 “저평가돼 있는 좋은 기업을 발굴할 시기”라고 말했다.
○“필수 소비재가 안전한 선택”
하반기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을 빼지 않을 투자자라면 ‘안전한 종목’에 투자하라는 조언이 다수였다. 특히 음식료 등 필수 소비재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이다. 조 전문위원은 “하반기 경기가 한풀 꺾여도 실적에 영향을 받지 않을 필수 소비재 등 경기방어주가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도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강화 기간 때보다 올해 소비심리가 크게 꺾이지 않은 것이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종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오 센터장은 “지수가 3100선까지 떨어진 시점에선 낙폭 과대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는 시간이 해결해줄 이슈인 데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신흥국 자동차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시기에 수혜를 볼 수 있는 금융주, 고배당주 등도 추천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성장주, 중소형 테크주 등은 하반기 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안 CIO는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글로벌 유동성이 몰리면서 주가가 오른 종목은 지수가 조정받을 때 함께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유동성 쏠림이 지나쳤던 종목을 유의하라”고 말했다. 심성미/박의명/설지연 기자
삼성전자가 ‘9만전자’가 됐다. 11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48% 오른 주당 9만1000원에 마감했다. 지난 8일에 이어 이틀 연속 최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은 넘치는 유동성과 ‘동학개미’들의 영향이 크다. 최근 두 달간 기관과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했고, 개인들은 이를 모두 받아 소화했다. 작년 개인 투자자 순매수액 순위 1위는 삼성전자, 2위는 삼성전자 우선주였다. 11월 11일 주당 6만1300원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두 달 만에 48% 급등했다. 올 들어 지난 한 주(4~8일) 동안에도 동학개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2조10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코스피가 3000선과 3100선을 파죽지세로 돌파하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목표 주가를 12만원으로 전망한 증권사도 있다. 넘치는 유동성에 더해 작년 코로나 사태에도 선방했던 반도체 사업이 올해는 본격적으로 날개를 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너무 급격하게 올랐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좀처럼 듣기 힘든 상황이다.
◇ 자동차 업계에 영향 미치는 반도체 공급 부족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며 삼성전자가 2017~2018년 누렸던 수퍼 사이클(장기 호황) 초입에 재진입할 것이라고 본다. 작년 하반기 꺾였던 구글·아마존 등 대형 서버 업체의 D램 구매도 작년 12월부터 재개됐다.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D램 가격은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 반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 분야인 위탁생산(파운드리), 스마트폰용 반도체(모바일 AP), 이미지센서 사업도 올해 크게 팽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운드리 시장은 현재 공급 부족 상태다. 코로나 사태로 IT 기기 판매가 급증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었고 상대적으로 전기차 등에 공급하는 물량이 줄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줄줄이 감산에 나서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올 1분기 유럽, 북미, 중국 등에서의 차량 생산량이 기존보다 총 10만대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FCA는 고급 세단인 ‘크라이슬러300’ 등을 생산하는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고, 포드는 미국 켄터키 공장을 1주일간 멈췄다. 일본의 도요타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픽업트럭을 감산하기로 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인텔에서 반도체를 받아 쓰는 것 대신 자체 칩 설계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더욱 몸값이 높아졌다. 현재 5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이하 미세 공정으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2곳뿐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TSMC에는 주문이 꽉 찼다. 반도체 위탁 생산을 맡길 경우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 인텔도 파운드리 이용 가능성
지난 주말 파운드리 세계 3위인 대만의 UMC 공장 2곳이 정전으로 가동이 중단된 것도 파운드리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 반도체는 매우 예민해 한번 정전이 일어나면 생산 중이던 것을 대부분 폐기 처분해야 하고 정상 가동까지 1~2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미세 공정 진입에 어려움을 보이는 인텔이 중앙처리장치(CPU)의 생산을 대만의 TSMC나 삼성전자에 위탁할 수도 있다는 외신 보도, TSMC가 3나노 공정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삼성전자 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카메라용 이미지센서와 모바일 칩도 향후 기대되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12일 스마트폰용 반도체 신제품 ‘엑시노스2100’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엑시노스 시리즈는 퀄컴 칩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나오는 엑시노스2100은 일부 속도 실험에서 퀄컴 칩보다 빠르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 중급형인 엑시노스1080이 중국 업체인 ‘비보' 스마트폰에 탑재되며 올해 엑시노스 시장 점유율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이미지센서도 마찬가지다. 1위인 소니와 큰 차이를 보이던 삼성전자는 고사양인 1억800만화소 이미지센서를 앞세워 격차를 줄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수퍼 사이클 진입을 기대하며 일제히 상승을 외치고 있다. 김영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업황이 개선되고, 파운드리에서 퀄컴 주문 물량 생산을 개시하고, 엑시노스2100 판매량이 증가하는 국면”이라고 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파운드리 경쟁력 확대 등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가치 재평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의 거침없는 상승은 ‘모두가 장밋빛 전망을 쏟아낼 때가 꼭지’라는 증권가의 속설을 떠올리게 한다. 전 세계적으로 증시에 거품이 잔뜩 끼여 있는 만큼 작은 충격에도 주가가 크게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 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제재를 기회로 미국 및 영국 정부와 연계해 NEC와 후지쓰 등 자국 통신회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일본 통신사의 입지를 회복해 차차세대 통신 규격인 6G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미국·영국 정부와 각각 일본 기업의 5G 기기 및 기술 보급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과 영국 정부는 통신기기 사업자를 다양화하기 위해 양국 정부가 연대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사회기간시설을 1~2개 업체에만 의존하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영국 정부의 문제의식이 협력의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력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NEC와 후지쓰 등 일본 통신회사들의 열세를 만회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요미우리는 분석했다. 5G를 포함해 세계 통신기지국 시장은 화웨이(점유율 34.4%)와 스웨덴 에릭슨(24.1%), 핀란드 노키아(19.2%) 등 3개 회사가 약 80%를 과점하고 있다. 5G 이동통신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세계적으로 관련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화웨이를 빼고 나면 공급 회사가 1~2개 기업에 불과한 상황이다.
지난해 5월부터 미국 정부는 화웨이의 이동통신 기지국 통신장비를 구입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작년 9월부터는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제품 판매를 금지시키고 동맹국에도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화웨이 제재 이후 영국 정부는 “통신기기 업체의 선택지를 늘리겠다”며 작년 11월 NEC와 공동으로 5G 통신망 구축 실험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와도 작년 하반기 양국 정부의 국장급 협의 이후 5G 통신장비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역시 영국과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NEC와 후지쓰는 일찌감치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제품을 배제하려는 미국 정부 방침을 지지한 만큼 화웨이를 대체할 유력 후보가 될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 및 영국 정부와 5G뿐 아니라 6G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협의도 벌이고 있다. 이를 토대로 5G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6G 시장의 주도권도 선점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미·중 무역전쟁과 화웨이 제재를 이용해 일본 정부가 세계 통신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노리는 모양새다.
화웨이의 점유율을 빼앗아 에릭슨, 노키아를 추격해야 하는 삼성전자로서는 일본 정부의 자국 통신기기 업체 밀어주기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통신기지국 시장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이어 5위(점유율 4.6%)에 그치고 있다.
NEC와 후지쓰는 자체적으로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NEC는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와 자본·업무제휴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지국 개발에 착수했다. 후지쓰도 일본 시장을 넘어 해외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키타 다카히토 후지쓰 사장은 해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NTT, NEC와 제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택지의 하나”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파죽지세로 오르던 미국 대형 기술주가 암초를 만났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 웨이브’를 달성한 여파다. 기술주에 대한 반독점 규제 강화가 예상되는 데다, 재정 지출 확대 가능성에 국채 금리까지 오르고 있어서다. 금리 인상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기술주에 더 위험하다.
블루 웨이브를 계기로 미국 포트폴리오의 무게 중심을 경기 민감주로 옮겨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얼어붙은 만큼 당장 규제를 하지는 않을 것이어서 기술주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변동성 커진 美 기술주
페이스북(FB) 주가는 미국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 결과가 나온 지난 6일 이후 변동성이 커졌다. 6일에는 2.83% 떨어졌다가 7일엔 2.06% 올랐고, 8일엔 다시 0.44% 하락했다. 애플(AAPL)은 6일 3.37% 하락했으나 7일과 8일에는 각각 3.41%, 0.86%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 아마존(AMZN), 구글(GOOGL), 넷플릭스(NFLX) 등도 6일 하락했다가 이후 다시 올랐다.
기술주의 변동성이 커진 건 블루 웨이브로 인해 민주당의 기술주 규제 방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주자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은 “페이스북 같은 정보기술(IT) 공룡을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그동안 강력한 반독점 조치를 여러 번 시행했다. AT&T는 분할됐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쪼개질 뻔했다. 미 법무부 등은 이미 구글, 페이스북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낸 상태다.
가치주로 순환매 이뤄질까
재정 부양책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4일 연 0.918%에서 8일 연 1.119%로 올랐다. 이 금리가 연 1% 수준으로 올라간 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기술주는 미래의 기대 수익이 할인돼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취약하다.
케빈 데니안 UBS 연구원은 “모든 상황이 경기순환주와 가치주의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투자 분야를 기술주에서 가치주 등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블루 웨이브는 시장의 헤게모니를 이동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기술기업에 대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는 작년부터 규제를 추진해왔는데, 최근엔 시중 금리까지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술주가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겠지만 주가 상승폭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며 “기술주의 시가총액이 워낙 커 이들 종목의 주가가 조정받으면 시장 자체가 상승 탄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기술주에 제동이 걸리면 미국 증시가 조정받을 것”이라며 “경기가 좋으면 금리가 오를 때 가치주가 힘을 받겠지만 지금 상황은 이와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기술주 규제 꺼내기 어렵다”
모든 전문가가 조정을 예상하는 건 아니다. 글로벌 투자회사 야누스헨더슨인베스터스의 더그 라오 매니저는 “경제가 코로나19 사태에서 빠져나오면서 혁신 기업이 주도하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혁신 기업을 선별하는 건 앞으로도 투자 대상을 고르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달 20일 취임하면 강력한 추가 부양책을 내놓아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독과점 규제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바이든 당선인이 올해부터 당장 기술주 규제 방안을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규제는 2등 기술주엔 기회”
독과점 이슈 부각으로 2위 기술주에 유리한 환경이 될 거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반독점 규제가 강화되면 1등 기업 주가는 주춤할 수 있겠지만 그게 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며 “전자상거래 분야 2위 기업 쇼피파이(SHOP) 같은 기업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TSLA)는 판매량이 도요타 등에 비해 훨씬 적어 독과점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테슬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에 따른 수혜도 볼 수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는 저탄소 경제 확대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뜨거운 美 태양광주…선런·선파워 벌써 20% 넘게 뛰어
'블루 웨이브' 수혜주
신재생에너지 투자 바이든 대선 공약 민주당 상하원 석권에 IB 일제히 목표주가↑
미국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블루 웨이브’가 완성되면서 태양광 관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월가에서는 직접 수혜가 기대되는 주택용 태양광 업체는 물론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친환경 테마에 고루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유망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일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선런(RUN)은 6.75% 오른 90.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택용 태양광 업체인 선런 주가가 주당 90달러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선런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한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해 11월 이후 약 75% 급등했다.
선런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60달러 선을 맴돌았다. 지난 5일 치러진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민주당이 2석을 모두 가져갔다는 소식이 기폭제가 됐다. 선런은 올 들어 31% 올랐다. 선런뿐 아니라 선파워(SPWR, 22.1%), 인페이즈에너지(ENPH, 21.8%), 선노바(NOVA, 16.6%) 등 다른 태양광주도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상·하원을 석권하면서 태양광주에 탄력이 붙었다고 분석했다. 르네 레이나 인베스코 테마·특별상품 전략본부장은 “태양광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에도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며 “의회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 정책은 그야말로 ‘금상첨화(icing on the cake)’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들은 일제히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올려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일 인페이즈에너지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가를 232달러로 제시했다. 주택용 마이크로 인버터 시장 점유율이 계속 늘고 있는 점과 배터리 등 신제품의 성장세, 해외 시장 개척 등을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골드만삭스는 선파워와 선노바 목표가도 각각 43%, 36% 높였다. JP모간도 선런과 선노바, 하논 암스트롱(HASI) 등에 매수 의견을 냈다. 태양광 테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Invesco Solar ETF(TAN)’도 올해 18% 뛰었다.
태양광에 대한 지나친 포트폴리오 쏠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UBS는 “TAN과 같은 ETF는 변동성과 손실 가능성이 커 핵심 자산으로 들고 있기 보단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양광뿐 아니라 풍력과 전기차를 포함한 청정에너지 전반에 투자하는 ETF로는 ‘IShares Global Clean Energy ETF(ICLN)’와 ‘ALPS Clean Energy ETF(ACES)’, ‘Invesco WilderHill Clean Energy ETF(PBW)’ 등이 있다.
Cover Story 중국 주식에 눈 돌려야 할 세 가지 이유(1) 저평가된 中증시 (2) 세계최대 내수 시장 (3) 첨단산업의 메카
직장인 A씨는 작년 국내 주식으로 큰 재미를 못 봤다. 보수적 스타일 때문에 성장주 랠리에 올라타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투자한 중국 주식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저평가된 친환경주와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주를 찾다가 중국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금풍과기, 선난써키트 등 네 개 종목에 총 1000만원을 투자했다. 한 달 만에 25%가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작년 세계 각국의 주가가 급등했다. 국내 투자자는 한국과 미국에서 재미를 봤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관심받지 못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A씨처럼 중국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의 내수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집중된 직구
지난해 국내 투자자는 해외에서 21조549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중 19조4025억원이 미국 주식이다. 중국 주식(홍콩 포함) 순매수는 2조1084억원에 그쳤다. 작년 순매수 ‘톱50’에 들어간 중국 주식은 네 개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이 2021년 중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가장 큰 이유는 내수 시장의 확대다. 중국은 세계 최대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내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또 첨단산업은 급성장 중이다. 세계에서 2019년 신규 등록된 유니콘 기업의 41.7%(206개사)가 중국일 정도다.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상하이종합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5.8배 수준이다. 미국(23배)의 3분의 2 수준이다. 홍콩증시 PER도 17.3배로, 세계 평균(19.8배)을 밑돌고 있다.
김대영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이사는 “중국은 소비 파워, 정책적 지원, 인적 자원을 모두 갖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며 “빕스와 아웃백 등 고급 프랜차이즈가 생겨나던 1990년대 후반 한국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내수 시장 1.4경원 전망
작년 중국 증시는 음식, 주류, 면세 등 내수주가 주도했다. 프리미엄 소비가 증가하면서 가전, 의류, 화장품산업도 급성장했다. 올해도 이런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정부가 전략적으로 내수를 키우고 있고, 중산층 증가로 소비성향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중국 내수 시장이 연평균 6% 성장해 2030년 규모 13조달러(약 1경419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덜 오른 내수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최대 TV 제조사인 TCL과 1위 영화관 체인 완다시네마가 대표적이다. 최근 6개월 TCL 주가(7일 종가 기준)는 7%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60% 오른 메이디 등 다른 가전 업체에 비해 상승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완다시네마는 코로나19로 타격받았지만 회복 중이다. 중국 1위 주방가구 업체 오파인홈도 추천 종목에 들었다.
씨티증권은 2021년 중국 소비재 ‘톱픽’으로 멍뉴우유(유제품), 화룬맥주(주류), 차이나페이흐(분유), 귀주모태주(백주), 탑스포츠(운동용품점), 리닝(운동용품 제조), 얌차이나(식당), 프로야(화장품)를 꼽았다. 이 가운데 탑스포츠와 리닝은 대기질 개선과 여가시간 증가로 장기적 성장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반도체·5G 장비도 유망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꼽은 반도체도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다. 급락하던 주가는 최근 상승세로 전환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국산화를 핵심 정책으로 삼고 있어 성장성이 유효하다는 전망 때문이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5%로 대외 의존도가 높다. 중국이 5개년 계획(2021~2025년) 중점 과제로 기술 자립화를 내건 이유다.
하나금융투자는 중국 1위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MIC와 반도체 장비 1위 베이팡화창을 추천했다. SMIC는 지난달 28일부터 주가가 급등 중이다. 전기차, 5G 관련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부진했던 5G 관련주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60만 개 이상의 5G 기지국을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표 종목은 ZTE와 선난써키트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풍력발전 관련주로는 중국 1위 풍력터빈 제조사 금풍과기와 아시아 최대 풍력발전 개발사 용원전력이 거론된다. 태양광 관련주는 신의광능, 플랫글래스, 융기실리콘 등이다. 다만 최근 급등은 부담이다.
빅테크 대신 뉴플랫폼?
작년에는 한국에도 친숙한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올해는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서 뉴플랫폼이 유망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중 알리바바 규제로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JD닷컴, 핀둬둬(PDD), 다다 넥서스 등이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알리바바는 자사 쇼핑몰인 티몰이나 타오바오에 입점하는 업체에 경쟁사 입점을 막아 왔는데, 최근 정부는 이런 ‘양자택일’ 행위를 금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음식료 배달 플랫폼 다다 넥서스를 추천하고 있다. 중국 점유율 21%로 알리바바 신선식품 배송 업체 ‘허마’와 경쟁하고 있다.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JD닷컴이 최대주주로 47.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 월마트(지분율 10.7%)도 투자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중국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경고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랠리로 일부 주도주가 10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주도주가 ‘꼭대기’에 있고 어떤 종목에 투자할지 모를 땐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도 좋은 방법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최근 1년(8일 기준)간 15.4% 상승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5.8배로 미국(23배) 대비 저평가됐지만, 전기차·음식료·주류 등 일부 업종이 단기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저평가된 해외 종목을 골라내기란 쉽지 않다.
펀드를 통하면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성장의 과실도 함께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최근 1년간 국내 중국펀드는 평균 35.8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수 상승률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는 15.4%, 홍콩항셍지수는 -2.39%의 등락률을 기록했다.
KB자산운용은 업종별로 펀드를 분산 투자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4차 산업혁명 펀드와 가치주 펀드를 섞는 식이다. 예컨대 플랫폼과 정보기술(IT)에 투자하는 KB통중국4차산업펀드와 KB통중국고배당펀드를 동시에 투자하면 성장주와 가치주로 고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중국과 아시아에 분산 투자하는 미래에셋아시아그로스펀드를 추천했다. 자산의 60%를 중국에, 나머지는 아시아 10개국에 투자해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내수 잠재력에 베팅하고 싶으면 중국 본토 펀드가 유망하다. 본토는 내수주와 헬스케어 비중이 높고, 홍콩에는 기술주가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본토 펀드는 미·중 갈등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도 있다. 미래에셋차이나본토, KB중국본토A주 등이 대표적 상품이다.
수익률은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와 KB중국본토A주가 높다. 최근 1년 각각 78.01%, 60.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펀드는 편입 비중 1~3위 종목이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투안 등 플랫폼주다. KB중국본토A주펀드는 만화화학, 초상은행 등 경기민감주를 주로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