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로 오르던 미국 대형 기술주가 암초를 만났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 웨이브’를 달성한 여파다. 기술주에 대한 반독점 규제 강화가 예상되는 데다, 재정 지출 확대 가능성에 국채 금리까지 오르고 있어서다. 금리 인상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기술주에 더 위험하다.

블루 웨이브를 계기로 미국 포트폴리오의 무게 중심을 경기 민감주로 옮겨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얼어붙은 만큼 당장 규제를 하지는 않을 것이어서 기술주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변동성 커진 美 기술주

페이스북(FB) 주가는 미국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 결과가 나온 지난 6일 이후 변동성이 커졌다. 6일에는 2.83% 떨어졌다가 7일엔 2.06% 올랐고, 8일엔 다시 0.44% 하락했다. 애플(AAPL)은 6일 3.37% 하락했으나 7일과 8일에는 각각 3.41%, 0.86%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 아마존(AMZN), 구글(GOOGL), 넷플릭스(NFLX) 등도 6일 하락했다가 이후 다시 올랐다.

 

기술주의 변동성이 커진 건 블루 웨이브로 인해 민주당의 기술주 규제 방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주자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은 “페이스북 같은 정보기술(IT) 공룡을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그동안 강력한 반독점 조치를 여러 번 시행했다. AT&T는 분할됐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쪼개질 뻔했다. 미 법무부 등은 이미 구글, 페이스북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낸 상태다.

 

가치주로 순환매 이뤄질까

재정 부양책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4일 연 0.918%에서 8일 연 1.119%로 올랐다. 이 금리가 연 1% 수준으로 올라간 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기술주는 미래의 기대 수익이 할인돼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취약하다.

케빈 데니안 UBS 연구원은 “모든 상황이 경기순환주와 가치주의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투자 분야를 기술주에서 가치주 등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블루 웨이브는 시장의 헤게모니를 이동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기술기업에 대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는 작년부터 규제를 추진해왔는데, 최근엔 시중 금리까지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술주가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겠지만 주가 상승폭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며 “기술주의 시가총액이 워낙 커 이들 종목의 주가가 조정받으면 시장 자체가 상승 탄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기술주에 제동이 걸리면 미국 증시가 조정받을 것”이라며 “경기가 좋으면 금리가 오를 때 가치주가 힘을 받겠지만 지금 상황은 이와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기술주 규제 꺼내기 어렵다”

모든 전문가가 조정을 예상하는 건 아니다. 글로벌 투자회사 야누스헨더슨인베스터스의 더그 라오 매니저는 “경제가 코로나19 사태에서 빠져나오면서 혁신 기업이 주도하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혁신 기업을 선별하는 건 앞으로도 투자 대상을 고르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달 20일 취임하면 강력한 추가 부양책을 내놓아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독과점 규제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바이든 당선인이 올해부터 당장 기술주 규제 방안을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규제는 2등 기술주엔 기회”

독과점 이슈 부각으로 2위 기술주에 유리한 환경이 될 거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반독점 규제가 강화되면 1등 기업 주가는 주춤할 수 있겠지만 그게 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며 “전자상거래 분야 2위 기업 쇼피파이(SHOP) 같은 기업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TSLA)는 판매량이 도요타 등에 비해 훨씬 적어 독과점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테슬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에 따른 수혜도 볼 수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는 저탄소 경제 확대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뜨거운 美 태양광주…선런·선파워 벌써 20% 넘게 뛰어

'블루 웨이브' 수혜주

신재생에너지 투자 바이든 대선 공약 민주당 상하원 석권에 IB 일제히 목표주가↑

 

미국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블루 웨이브’가 완성되면서 태양광 관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월가에서는 직접 수혜가 기대되는 주택용 태양광 업체는 물론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친환경 테마에 고루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유망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일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선런(RUN)은 6.75% 오른 90.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택용 태양광 업체인 선런 주가가 주당 90달러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선런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한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해 11월 이후 약 75% 급등했다.

선런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60달러 선을 맴돌았다. 지난 5일 치러진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민주당이 2석을 모두 가져갔다는 소식이 기폭제가 됐다. 선런은 올 들어 31% 올랐다. 선런뿐 아니라 선파워(SPWR, 22.1%), 인페이즈에너지(ENPH, 21.8%), 선노바(NOVA, 16.6%) 등 다른 태양광주도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상·하원을 석권하면서 태양광주에 탄력이 붙었다고 분석했다. 르네 레이나 인베스코 테마·특별상품 전략본부장은 “태양광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에도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며 “의회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 정책은 그야말로 ‘금상첨화(icing on the cake)’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들은 일제히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올려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일 인페이즈에너지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가를 232달러로 제시했다. 주택용 마이크로 인버터 시장 점유율이 계속 늘고 있는 점과 배터리 등 신제품의 성장세, 해외 시장 개척 등을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골드만삭스는 선파워와 선노바 목표가도 각각 43%, 36% 높였다. JP모간도 선런과 선노바, 하논 암스트롱(HASI) 등에 매수 의견을 냈다. 태양광 테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Invesco Solar ETF(TAN)’도 올해 18% 뛰었다.

태양광에 대한 지나친 포트폴리오 쏠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UBS는 “TAN과 같은 ETF는 변동성과 손실 가능성이 커 핵심 자산으로 들고 있기 보단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양광뿐 아니라 풍력과 전기차를 포함한 청정에너지 전반에 투자하는 ETF로는 ‘IShares Global Clean Energy ETF(ICLN)’와 ‘ALPS Clean Energy ETF(ACES)’, ‘Invesco WilderHill Clean Energy ETF(PBW)’ 등이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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